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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법개론
사마S
2024. 11. 3. 00:05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바랐으며,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하지만 잊지 마세요.
이 이야기는, 애덤.
당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00. 도입
애런을을 잃은지 3달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 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애런이 쥐여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오전 11시. 애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애덤:...(잤다.)
정직하네요.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문 너머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듣기 판정
애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띡, 띡, 띡,
띠리릭...
누구죠?
이 시간에 당신의 집을.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문을 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애덤:(절대 없지...)
뭔,
애런 드 아델라이데:집안 꼴이 이게 다 뭐야? 실망이네.
그런데 그 앞에,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당신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맞습니다.
애런런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분명,
죽었잖아요...
이성 판정
당신이 그러거나 말거나,
애런은 집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가볍게 찌푸립니다.
…하긴.
당신은 애런이이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그러했는데 집은 오죽했을까요?
당신이 집을 둘러본다면,
엉망인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애덤:아니, 집이 문제가 아니잖아.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럼 여기 무슨 문제가 있는데?
아무래도 집부터 치워야겠어. 역시, 청소부터 하는 게 어때? 애덤.
아니아니, 잠시만요.
뭐가 “역시 청소부터 하는 게 어때?”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애런이 당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것이 많지 않나요?
애덤:(생각 정리가 우선이야... 제 미간 꾹 누른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하고 있어? (환각이라곤 생각하지 않는 건가...했다. 네 얼굴 빤히 응시하더니.) 하하, 애덤 네 눈앞에 내가 있는 게 신기한 거려나?
애덤:(당연한 거 아닌가, 상대가 너무 태연해 오히려 죽은 게 거짓 같았다. 응시하는 눈 피하지 않는다. 심호흡 몇 번 하더니,) 일단 확인부터 좀 하자. (당신 어깨 부근 주먹으로 가벼이 친다.)
...아파?
애런 드 아델라이데:(어깨 부근에 약간의 통증이 몰려오자 푸흣, 하고 소리 내 웃었다.) 그렇게 약하게 때리는데 아플 리가. 언제나 넌 재밌네. 내가 만약 다시 태어났다고 네 앞에서 감격의 눈물이라도 보이면, 그거야말로 대혼란 아니겠어? 그러니까 이건...할로윈 데이의 전설이라고, 들어봤으려나.
애덤:(...다음엔 명치를 치리라 다짐한다.) 차라리 눈물을 흘리는 편이 더 인간적일 텐데... (그리 말하는 본인도, 당신도 눈물 한 방울 없는 재회라 이상한 부분 투성이였다.) ...뭐, 죽은 사람 살아돌아온다는? ....(그치만 그건 악령인데.)
애런 드 아델라이데:방금 그건 내가 악령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은 눈빛인 걸...? (아니려나, 아무튼.) 그래도 잘 기억하네. 우울감으로 인지 능력까지 상실되면 그땐 어쩌나, 하고 고민했었는데.
...뭐 아무튼, 악령은 아니고...나는 죽었으니까, 우연찮게 얻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이런 건 깊이 들어갈 수록 모순 투성이잖아, 안 그래? (말 마치며 가볍게 살포시 눈웃음 짓는다.)
애덤:맞는데, 악령. 생각해보면 넌 살아있을 때도 비슷한 존재였어. (지금 와선 꽤 오래된 일이니 우스갯 소리에 가까웠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딱히 이걸 듣고 웃진 않겠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사로잡혀 있을 순 없지. 넌... 세 달 전에 죽었고, 난 혼자니까. (정신 차리고 혼자 살아가야 하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우울은 사치다.)
이미 죽었는데 마지막 기회라니... 신이 그러든? (물론 애덤은 무신론자다. 눈웃음 가만 응시했다. 한 쪽은 여전히 무표정이다.) ...무슨 기회를 주려고 온 거지? 살았을 때 못 한 말이라도 하라 이건가?
애런 드 아델라이데:아하하, 그런 악령하고 함께 살았던 애덤 너도 대단하네. 고생 많았겠는걸. (손으로 입 가리곤 작게 웃음 터트린다.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세월과, 한쪽이 숨을 거두고 멀어진 시간까지 포함해서 얘기한 애덤만의 위로였다. 이런 의도를 알아채는 건 네 자유지만.) 역시 내가 믿고 맡긴 애덤 다워. 사실, 나도 내가 차에 치이는 정도로 나약하게 죽을 줄은 몰랐어. 아니, 정확히는...죽음이란 본래 곁에 있는 걸 알지만, 그 시기는 너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었거든.
무신론자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하하, 일단 그렇다고 해둘까. 그렇다면 신이 내게 주고자 했던 기회는... (웃는 눈 슬며시 떠 방 살펴본다. 3개월이란 시간 동안 정돈되지 않은 옷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겨있는 바닥...어색하게 발로 바닥을 쓸어본다.) 이런 먼지 구덩이에서 사는 널 구제하라고 주신 거 같네.
애덤:(말의 의미는 대강 이해하였다. 애덤은 대답 대신 미간 찡그리는 것으로 답했다. 말없이 그러는 건 보통 짜증나거나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이 안 풀리면 그랬다. 지금은 좀... 복합적이고.) 아무도 몰랐겠지. (그걸 누가 예상하겠는가, 당신도 자신도 몰랐는데.. 듣고 나니 어이가 없어져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한 번 눌렀다가 시선에 집 한 번 더 돌아본다. 방금 멀쩡한 척 한 게 무색할 정도로 꼴이 별로였기에... 애덤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구제는 무슨... (그래도 자존심 탓인지 입 터는 건 잊지 않았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래, 그래. (검지로 소파 가리킨다.) 우선 저 소파부터 치워보는 게 좋겠어. 나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 보니 좀 급해지네. 너한테도 궁금한 게 많았는데. 우린 언제나 좋든 싫든, 항상 곁에 있었으니까. 공백이 어색하거든.
애덤:뭐, 12시 되면 사라지기라도 하나 보지? (클리셰적이네. 힘없이 말하곤 소파 쪽으로 다가가 가볍게 쓸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앉아있던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잠시 다른 길로 생각이 새었다가 당신 말에 귀 기울인다.) 너보다 내가 많아야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데 얘는 왜 이렇게 많아.) ...뭐가 궁금한데.
애런 드 아델라이데:동화 같지~. 내게도 이런 인생이 올 줄이야. 이런 식으로 오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서도.......푸핫, 궁금해? 그러게....음...(눈알 데굴데굴 굴리다...) 역시 소파 청소부터 끝내고 질문하는 게 좋겠어. 응원할게. (재수 없게 웃는 낯이다...)
소파를 살펴보면,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애런은 한숨을 푹 쉬더니,
청소기까지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
잠시만,
저건..
관찰력 판정
애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저건..
애런이 직접 카메라로 찍은 꽃입니다.
분명 애런은 자기 자신을 찍는 걸 선호하지 않았죠.
그 대신 혼자 여행 갈 땐 꼭 풍경을 찍어 당신께 보여주곤 했습니다.
가만 보니 당신이 추억 회상이라도 하다 소파 밑에 끼어들어간 모양입니다.
사진을 본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나요?
애덤:(흠... 고민하다 끼어들어간 사진 꺼내간다.)
(가기 전에 줘야 하나.)
일단 당신은 사진을 챙겨 주머니 안에 넣었습니다.
당신이 보든, 애런이 보든, 언젠가 쓸 일은 있겠죠.
방 상태를 보니...다음엔 바닥을 청소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애덤:(그래, 언젠가는...)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오, 애덤.
집 관리를 어떻게 한건가요?
애런은 그런 바닥을 조용히 청소합니다.
애덤:(...)
너... 진짜 청소하러 온 건가?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럼 진짜 악령 마냥 네 혼이라도 뺏어들게?
애덤: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럴 생각이면 내쫓고
애런 드 아델라이데:미안하지만 사양할게. (대걸레로 바닥 쓸다 막대 이용해 턱받침 한다.) 음, 너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지만, 물리적으로 멀어져 버린 이상 심리적으로 가까워봤자 네게 해가 될 거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정신적 독립이라고 할까. 원래 오려고 안 했었는데, 방 몰골을 보니 안부 인사라도 해주는 편이 더 좋을 거 같아서. (내 사심은 덤이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애덤:사양은 내가 하는 거지, 네가 아냐. (도대체 뭘 사양하겠단 건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건가? 유감스럽게도 네가 오든, 안 오든 그다지 해가 될 정도는 아니야. 뭐... 오는 쪽이 더 심하다고 해둘까, 죽은 사람이 멀쩡히 걸어다니는 꼴은 아무도 안 믿을 말이니. (방 꼬라지와 하
(방꼬라지 보아하니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사심은 더 유감이다. 치우라나는 듯 당신 얼굴 보고 인상 구긴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런 거였나? 이승은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법칙이 가물가물한걸. (답지 않게 시덥잖은 농담이나 뱉는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기에 낙관적이게 넘기려는 본능이기도 하다.) 그럼 내가 잘 했구나. 눈 뜨자마자 생각나던 얼굴이 애덤 너라고 하면, 과연 믿어줄지 모르겠네...
그보다, 너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듣고 싶은데.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개판이 된 집안 꼴을 본다면 알 법도 합니다만,
애런은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는 것처럼요.
애덤:....알면서 뭘 물어. (쉬이 떨어지지 않는 입 달싹였다. 굳이 이걸 입 밖으로 꺼내야 한단 사실이 당신은 참... 여전히 짓궂구나, 싶었다. 그래서 굳이 어찌 지냈다며 답하진 않았다. 알아서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렇구나, 그렇구나......(사실 얘기할 거라 예상하지도 않았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렇게 누군가에게 큰 위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그리고 예상 외의 변수로 이를 어떻게 해쳐 나가야 할지...본인 또한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고 애매모호하게 넘긴다.) 바닥은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네. 건들지 않은 건 서랍장하고 테이블인데...청소 해주길 원해?
애덤:(어물쩍 넘어가면 굳이 대꾸 않는다. 가벼이 그런 행동만 바라보고 있다가) 거절하면 그대로 떠나나? (맞으면 정말 악령이 아니라 청소귀신이네.) ..마음대로 해.
애런 드 아델라이데:1일 청소부 잘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고 애런은 서랍장 속으로 갑니다.
엉망이 된 서랍장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애런은 정리를 도와달라 말하네요.
그도 그럴것이, 당신의 물건들 이니까요.
애덤:결국 날 시킬 거면 청소부 고용을 잘못 한 거 같네. (서랍장에 다가간다.)
관찰력 판정
애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만년필을 하나 발견합니다.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이게 뭐였죠?
내 물건중에 이런게 있었나요.
휘발된 기억은 불쾌한 잔향만을 남깁니다.
의도적으로 머릿속에서 거절하는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덤, 당신은 기억해야합니다.
애런은 그 도구를 집어들더니, 반갑다는듯이 웃습니다.
애덤:(누군가한테... 선물 받은 건가,)
애런 드 아델라이데:아하하, 이게 아직도 여기 있었네, 이건 내 거잖아. 아버지에게 선물 받았던.
애덤:...너 거라고?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래 그래. 고등학교 입학식 때 받아서 항상 들고 다녔었지. 아마. (쓸쩍 곁눈질 하더니 다른 서랍장 속에서 붓을 꺼내든다.) 그러고 보니, 요즘도 일 해?
애덤:(근데 왜 내 서랍장에... 잠깐 의문 가졌으나 뒤이은 질문에 생각 멈춘다.) 잠깐 쉬었어. ....곧 다시 하겠지.
애런 드 아델라이데:(쓸쓸하게 책상 손으로 쓸어본다.) 난 네 그림이 항상 좋았는데. 아쉽게도 네가 과정은 차마 못 보게 했었지만...다시 보고 싶네. 네 그림.
애덤:완성본 보여주는 걸로 만족해. (과정까지 눈에 담고 싶어하는 건 너무 욕심 아니야? 애덤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랬다.) 뭐, 납골당에라도 걸어다줘?
애런 드 아델라이데:읏기긴 하겠네. 네가 뭘 걸어줄지도 궁금하고.
애덤:...진심? (지금 보여달라고나 할 줄 알았는데.)
애런은 확실한 대답 없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리를 떠납니다.
향하는 곳은 테이블이네요.
테이블 위는 엉망입니다.
인스턴트 식품의 용기, 다 비워져 두서없이 굴러다니는 술병과 꽉 차 재가 이리저리 튀어있는 재떨이라던가요.
애런은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있네요.
청소합시다.
손놀림 또는 행운 판정
애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어휴.
평소에 좀 치우고 살걸.
애덤:(...)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닦고 닦고...
깨끗해진 테이블과는 반대로 엉망이 된 당신의 손이 보입니다.
애런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씻고 오는게 어떻냐고 하네요.
남은 것은 자신이 할 것이라 하면서요.
애덤:(달리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씻으러 향한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리고 아까 보니 냉장고가 비어있던데, 네가 손 씻고 나면 장 보러 갔다오자, 애덤. 괜찮지?
애덤:청소하면 떠나느 게 아니었나? (눈 끔뻑이다 대답한다. 집안 살림 다 채우고 갈 셈인가.)
애런 드 아델라이데:할로윈에 청소만 하고 가는 귀신이 어딨어? 24시간은 청소만 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무척이나 길다고. (미소 잃지 않으며 벽에 기대 서있다.) 아하하, 아니면 나랑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애덤:너 있잖아. (24시간 유예 기간이면 대강 예상한 게 맞구나,싶었다. 씻은 손 수건에 비비다 질문에 잠시 멈칫한다. 그렇게 말해도...) 없어. (생각나는 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 살아있을 땐 뭘 했더라, 지금이랑 비슷했던 거 같은데.)
애런 드 아델라이데:일리 있네. 없는 동안 어떻게 이렇게 똑똑해졌지. (언제나 비슷한 대답에 만족이라도 했는지 웃음을 못 참는 듯한 모습 보인다.) 이래서 내가 네가 참 좋아. 가자.
당신이 씻는 동안 집안을 깨끗하게 만드느라 퍽 고생을 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듯 엷게 웃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러고보니 제대로 무언가를 해 먹은것도 까마득하게 오래 된 기분입니다.
▌ 02. 白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제법 먼데. 어떻게 갈까요?
애덤:차 아니면 대중교통이지.
애런 드 아델라이데:미리 말하지만 일단 난 차가 없어.
애덤:...버스 타.
애런 드 아델라이데:...응..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승차하니,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애런은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 뿐이라고 했었죠.
...
드디어 당신과 인연이 닿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애덤:(설마 그럴리가,)
(죽은 사람은 돌아가야지...)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당최 감정인지 모르겠는 표정만 짓는 애런만이 존재합니다.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애덤:(버스가 아니라..?)
지능 판정
애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아,
그러고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가만히 앉아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그래,
죽음처럼 고요해요.
애덤:(죽었을리는 없는데...)
그러게나 말이에요.
애덤,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애덤:일단... 앞으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간다.)
사실은, 애덤이 어느 쪽으로 나아가던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애덤:(꿈이라 그런지 뜬금 없네, 중얼거리며 종이 들어 확인한다.)
生 의 전이
비용 : ?
숨을 다한 것을 되살리기 위해서, 우리의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한 정신의 일부를 제물로 삼아, 혹은 생명력의 원천인 피를 매개 삼는것이 대부분이다.
순간의 각오가 이후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 주문의 비용은 시전자의 모든 생애를 통틀어 지불한다.
대상자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시전자의 생을 소모하며, 그것의 비율은 ■■:■■ 이다.
이 주문은 대상자를 온전한 생환으로 이끈다.
주문의 시전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시전자의 피로 대상자의 팔 안쪽에 선을 그어, 손바닥까지 타고 내려온다. 그리고 그것으로 당신의 이름자를 새긴다.
. 붉은 선이 당신의 이름을 온전히 그렸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올바른 절차를 밟았다면 핏빛 낙인은 대상자의 영혼으로 각인되어 육안으로는 더이상 비치지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언제 스러질지 모르는 남은 생을 즐기는 것 뿐.
애덤,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전화벨 소리입니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애덤, 괜찮아?
당신의 옆에서는 애런이 걱정스럽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애덤:...뭐가,
애런 드 아델라이데:오래 자길래. 평소에 잠이 부족했던 건가 해서.
애덤:(그렇게 오래 잤던가...) 그냥... (끝말 흐린다. 최근에 못 잔 건 사실이라.)
애런 드 아델라이데:잠을 자는 건 생각보다 중요해. 괜히 하루 8시간 자는 걸 권장하는 게 아니니까. ...하려고 하는 말은 이게 아니라, 자고 싶다면 더 자게 냅두고 싶지만...이제 도착이야. 지금 내려야 돼.
애덤:말할거면 본론만 말해. (황당...)
▌ 03. 장보기
마트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행운 판정
애덤:
기준치: | 90/45/18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애런 드 아델라이데: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말 끝나기 무섭게 네 주머니 뒤진다.)
애덤:아닐 거 같은데. (뭐해, 미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하하하! (열심히 뒤적거리다 네 주머니에서 백원 동전 크게 들어 네 손에 쥐어준다.) 자, 이제 쇼핑카트를 사용할 수 있겠어. 안심이야.
애덤:왜 내 돈으로 생색을 내는 건지 모르겠네... (맞고 싶어서 환장했나. 쇼핑카트에 동전 넣는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어차피 넣을 거면서. 생각했다.) 네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네 돈이지. 생활도 같이 했는데 뭐.
애덤:그건 살아있을 때 얘기고, (지금 전부 내 명의인 거 아냐? 쇼핑카트 빼내온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죽었다고 내 재산은 아무것도 없는 거야? 죽어서 좋은 거 하나 없네.
그래, 그럼 애덤의 돈으로 애덤이 좋아하는 거 하나 사자. 간식이든, 음식이든?
애덤:그럼 죽어서 좋을 일이 뭐가 있는데.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어이가 없네.
(흠...) 그건, 보다가 천천히.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래? 그럼 나 먼저 골라도 괜찮다는 뜻이겠지. (채소 코너 쪽으로 카트 끌더니 양배추 담는다.)
애덤:본인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도 능력이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가끔씩은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울 때도 때도 필요하니까.
애덤:어련하겠어. (미간 찡글)
어느 정도 장을 보다보면...
지능 또는 관찰 판정
애덤:
기준치: | 90/45/18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의 시선에 문득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이 보입니다.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속에 애런을 위한 것은 없습니다.
현실이 물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애런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이었죠.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 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애런을 알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애덤:(모르거나 모른 척 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당신은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상념에 빠진 당신을 애런이 툭 건드립니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이정도면 충분하겠어. 오히려 한동안은 부족 없이 먹을 수 있겠는걸. 넌 요리도 잘 하니까.
애덤:(그래서 이렇게 담아온 건가...? 구태여 입에 담진 않았다.) 누가 보면 재난이라도 온 줄 알겠군.
애런 드 아델라이데:애덤한텐 지금 일이 재난이려나? 하하, 뭐 아무튼. 이제 집에 가자.
추가로 애런은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애덤은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 04. 하루의 끝
우리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애런은 냉장고를 꼼꼼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애런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허리를 편 애런은,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애런 드 아델라이데:그럼, 이제....내가 무슨 말을 할진 대충 알지? 오랜만에 즐거웠어, 애덤.
애덤:(고개만 미약하게 끄덕인다.) ...그래.
애런은 엷은 웃음을 내비칩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애덤.
이대로 애런을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할까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애덤:(한참 무어라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 묘하게 평소보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입 몇 번 달싹이다 입에 약간의 미소 걸었다.) 잘 가, 애런.
애런 드 아델라이데:(한 때는 저 웃음을 보고 싶어 노력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런 걸 죽기 전 주마등이라고 하나, 이미 죽은 사람한테도 해당되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넌 약한 아이가 아니니, 예전에 자신을 일으켜주었던 것처럼 이또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제 눈동자에 네 모습을 담으며 덩달아 부드럽게 미소 지어 보았다.) 행복하길 바랄게, 애덤.
.
.
.
철컥,
탁.
두꺼운 철제 문이 잠금쇠를 걸어잠급니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득 집 안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것 하나 애런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신 없이 잘 살아야한다며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이제 알잖아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
그러니 당신은 살아갈 수 있을 것 입니다.
ED 1. 自立法槪論
PC 존립
존립 | 명사 생존하여 자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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